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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부족의 원인
한국의 설연휴와 중국의 위기상황이 맞물리고, 한국에서 첫 번째 확진환자 (1월 20일)가 발생하면서 COVID-19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다. 한국의 설연휴 기간동안 (2020년 1월 24일 ~ 27일)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개인 위생용품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G마켓은 이전 주와 비교해 관련 제품 - 마스크 (9118%), 핸드워시 (3545%), 액상형 손 세정제(1만6619%), 손 소독제(4496%)- 의 매출이 급증했다. 그러나, 확진환자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기간에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한국은 1월 20일에 첫 번째 확진환자가 나타났지만, 약 한달 동안 확진환자의 증가율이 비교적 낮았다. 2월 10일까지 확진환자는 28명이었고, 2월 11일부터 15일 사이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COVID-19을 "통제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Central Accident Remediation Headquarters)는 방역당국의 통제 아래 국내유입과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당국은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권고한다 (2월 12일). 대통령은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섰고,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 말했다 (2월 13일). 그러나 2월 16일부터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환자가 보고되고, 일주일 사이에 556번째 확진환자가 나타나며 급속한 확산을 예고했다. 감염확산이 본격화되며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과 적극적 대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한다. 2월 23일에, 정부는 COVID-19의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Central Disaster and Safety Countermeasures Headquarters, CDSCHQ)를 설치해 범정부 대응을 강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는 황사방지 및 방역용 마스크의 규격을 제정하고 (2009년 7월), 2104년 11월부터 보건용 마스크의 기준 규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 또는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제품이며,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방한대와 기능적으로 차별화된다.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가 표시되어 있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이고, 기능을 나타내는 숫자를 연결해서 표시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 비말은 5 μm 이상이므로 비말을 차단하는 용도로는 KF99를 쓰든 KF80을 쓰든 큰 차이는 없다.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더 크지만,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황사‧미세먼지 발생 수준, 개인별 호흡량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역마스크는 국가별로 사용하는 기준이 다르지만, 유사한 수준의 차단 성능을 갖고 있다. 유럽은 FFP1 (차단율 80%이상), FFP2(차단율 94%이상), FFP3 (차단율 99%이상)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고,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는 마스크를 N, R, P로 구분한다. 미국의 N95 등급과 한국의 KF94 등급은 차단율이 비슷하지만, 세부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N95 마스크는 염화나트륨(NaCl) 입자 차단 테스트만 실시하고, 반면 KF94는 염화나트륨(NaCl)과 파라핀오일(Paraffin Oil)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N95 등급의 마스크는 액체성 미세입자를 차단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KF94는 황사, 미세먼지는 물론 침이나 분비물 등 액체성 미세입자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 것이므로, 호흡기 질병이나 전염성 질병의 감염원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COVID-19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인후두 부위에서 주로 발견되고, 비말, 침, 콧물에서 많은 양이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된 사람과 접촉은 바이러스의 전염과 전파를 높이는 위험이 크다. 한국 정부는 감염 확산의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고, 특히 KF94 등급을 권장하고 있다.
마스크의 급격한 수요증가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되었지만, 국가와 기관에 따라 다른 사용지침이 혼란을 만든 경향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를 선포한 가운데 올바른 위생관리와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을 권고한다. WHO는 알코올 기반의 손소독제나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으라고 권고했다. WHO는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진 않았다. 착용한다면 입과 코를 전부 막아야 하며, 마스크 전면부를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 후에는 마스크를 바로 버리고, 다시 외출할 때는 새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황사, 미세먼지에 대비하여 보건용 마스크의 올바른 구입, 사용시 주의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COVID-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침은 여러 차례에 걸쳐 변경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의 대응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감염 예방 조치로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1월 27일). 이틀 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염증 예방을 위해 “KF94·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한다. 특히, 장시간 사용한 마스크는 필터가 오염되고, 내부 습기로 인해 차단 기능이 현저히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월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병원 근무자는 KF94와 KF99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만, 일반 시민은 KF80이나 방한용 마스크를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식약처는 ‘COVID-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발표하는데,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 착용이 필요한 경우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의료 종사자’,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 등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혼잡하지 않은 외부나 개별공간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완화된 내용을 권고했다. 3월 3일, 식약처는 기존 권고사항을 개정한 ‘마스크 사용 지침(비상상황에서의 한시적 지침)’을 발표했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고, 보건용 마스크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깨끗하게 사용한 경우라면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감염 우려가 적다면 필터가 없는 면 마스크 착용도 권장했다.
정부는 COVID-19 확산 초기부터 감염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데 혼선이 있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에 발간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소통안내서: 위기, 위험 그리고 소통’에서 위기 소통의 5가지 실패 유형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1) 일관성 없는 메시지, 2) 뒤늦게 공개된 정보, 3) 가부장적인 태도, 4) 루머나 오보에 늑장 대응, 5) 내부 갈등 공론화. 특히 일관성 없는 메시지 관련해 "당국자들이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를 공중에게 보내면, 국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당국이 제시한 예방수칙 등 권고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따라서 위기 국면에서 보건당국과 관련 부처, 지자체, 협조기관 등이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공중의 입장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마스크 사용에 대한 권고는 일관성이 부족해 국민의 불안감을 확대하는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문제는 정부의 사용지침이 과학적 실험이나 검증 절차 없이 변경됨으로써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마스크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마스크 생산업체는 123개이고, 하루 생산량은 약 800만장 (KF80)이다. 그러나 생산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시장의 재고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 정부는 국내의 마스크 재고를 3100만장으로 발표했지만, 마스크 품절사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수요 폭증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내 마스크 유통업자들의 매점매석으로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 확진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2월 중순부터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 유통업자들이 확보한 마스크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판매를 유보함으로써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매점매석이 마스크 부족의 유일한 요인이 아닐 수 있다. 매점매석은 정부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정부의 단속으로 매점매석이 줄어들었지만, 마스크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마스크 원자재가 적시에 수입되지 못했다. 마스크 원자재는 부직포와 멜트블론 필터이다. 보급형 저가 마스크는 중국에서 수입된 원자재를 사용했는데, 중국의 COVID-19 확산으로 MB 필터와 완제품 수입이 어려워지며 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가 뒤늦게 취해졌다. 보건용 마스크를 포함하는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의 2월 수출액은 1억5천713만달러로 전월의 두배 (7천22만달러)로 증가한다. 2019년 2월과 비교하면 2000% 이상 급증한다. 중량 기준으로 보면 2월 수출량은 1천753톤으로 전월의 1.3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배를 기록했다. 중량보다 금액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마스크 수출가격이 그만큼 비싸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86%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액은 20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품목의 지난해 수출 총액은 8천91만달러로 월평균 674만달러 수준이었다. 반면에 같은 품목의 대중 수입은 1월 2.6% 줄어든 데 이어 2월에는 -27.0%로 하락률이 훨씬 커졌다.
마스크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2월 26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는 '마스크 및 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고시했다.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이 제한된다. 결국, 정부는 COVID-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한적 공급 방식의 정책을 수립한다.
마스크 5부제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포함된 내용으로, 마스크 3대 구매 원칙 (three purchase principles for fair distribution of masks)을 규정한다: 1) 1주일에 1인 2매로 구매제한, 2) 요일별 구매 5부제, 3)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운영.
마스크 5부제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이면 월요일, '2, 7'은 화요일, '3, 8'은 수요일, '4, 9'는 목요일, '5, 0'은 금요일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을 정한 것이다. 출생연도가 1960년생인 경우 끝자리가 '0'이기 때문에 금요일에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1971년생은 '1'로 끝나기 때문에 월요일, 1994년생은 '4'로 끝나서 목요일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중에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면, 주중 구입한 내역을 확인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해당 주에 구매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주로 수량이 이월되진 않는다. 전국의 약국에서 신분증을 지참하고 일주일에 한번 구매할 수 있고, 구매 기록이 전국의 약국 전산망에 공유되기 때문에 재구매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도 중복 구매 확인시스템을 구축해 약국과 같은 방식으로 일주일에 1인당 2매 판매를 적용한다.
마스크 5부제는 마스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 수단이지만, 정책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해가 전제되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스크의 공급과 판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적시에 마스크 관련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하는 추진 전략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