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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로젝트가 나에게 남긴 것

하나

조용하고 과묵하고 말이 없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일과 관계되지 않는 이상 어떤 상황이나 인간관계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다. 느낌이나 감정, 타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첫인상이 차갑고 다가가기 어렵다.

MBTI 검사 결과입니다. 여러분들이 봤을 때의 제 모습과 비슷한가요?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먼저 다가가기는커녕 다가와 주는 사람도 꺼렸죠. 타고난 천성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어요. '혼자 하는 게 편한데 굳이 다른 사람과 함께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관계는 피곤한 일일 뿐이야.'라며 합리화를 해 왔죠.

우아한 테크코스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죠. 아마 페어 했던 크루들도 힘들었을 거예요. 감정적인 문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보단 그 에너지로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느꼈었죠.

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느끼던 중 브라운은 제게 이런 조언을 해줬어요.

우테코에선 평생 못할 것 같은 행동도 해도 된다. 여기서 못하면 평생 못하는 거다. 한 번이라도 해내면 다른 곳에서도 해낼 수 있게 된다.

조언을 듣고 용기를 가져보려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어요. 내 감정조차 모르는데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페어 프로그래밍 이후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게 장점이 더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팀원이 고생해서 알아낸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 생각의 맹점을 다른 시각으로 찾아내는 점. 가장 중요한 건, 혼자하는 것보다 재밌다는 점. 혼자 하는 게 좋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게 된 계기가 페어 프로그래밍이죠. '남들에게 배울 게 이렇게나 많구나.' '나를 고치는 건 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부터 관계, 감정 표현이 약점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죠.

다섯

팀 프로젝트에선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과 관계에 에너지를 쏟아야 했어요. 다행히 친한 크루들과 함께 해서 어렵진 않았죠. 하지만 익숙해서일까요? 시작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죠. 제가 팀원들의 감정과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을 내뱉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사건이 있었죠.

"방학 동안 리액트 네이티브 알아서 공부해오자"

방학 동안 분명히 쉬고 싶은 크루도 있을 테고, 일정이 있는 크루들도 있을 텐데 무심코 뱉은 말이었어요. 시작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죠.

숨겨 왔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어요. 최대한 피하려고 애썼던 그 녀석이 터져버린 거죠.

이 사건은 저 자신의 약점을 마주보기에 충분했던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강제로라도 감정과 관계를 고려하는 시간을 갖도록 매일 감정회고 하는 팀 규칙을 추가했답니다. 의무적이지만 잠깐이라도 나와 팀원 간의 감정을 교류하고 고쳐나가기 위해서 였어요.

아직도 감정 표현에 서툴고 관계가 꺼려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팀 프로젝트를 통해 제 약점을 발견했다는 게 다행이에요.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식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팀에 속하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느껴요. 앞으로 이 약점을 고치게 된다면, 14층 녀석들이 기억날 거에요. 여러분들도 프로젝트 중 본인의 약점을 발견한다면, 정말 좋은 팀에 속해 계신다는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뵐 땐 우리 모두 약점을 찾아서 만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