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기상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깬다. 오늘따라 상쾌하게 눈이 떠진다.
어제 퇴근하면서 사둔 빵과 함께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기상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 사이 발생한 이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며칠 전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에러 로그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 두었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발생한 에러가 없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기분 좋게 회사에 갈 준비를 한다.
아침 9시, 출근길
회사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저 멀리 꽉 막힌 도로를 보며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하늘은 파랗고, 아침 공기는 상쾌하다. 회사로 향하면서 오늘은 무슨 일을 할지, 어제 끝내지 못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아침 10시
내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책상을 정리한다. 내 책상에는 4K 모니터 2개와 애플 매직 키보드, 손목이 편한 마우스가 있다. 한켠에는 가족사진도 있다. 아련함도 잠시, 곧바로 회의에 들어간다.
우리 팀은 데일리 미팅을 통해 하루를 시작한다. 각자 어제는 어떤 일을 진행했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등을 나누는 시간이다. 나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에서는 어제 유난히 집중이 안 돼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멋쩍어 하는 팀원도 있고, 하루종일 삽질을 하다가 시간을 날려버린 팀원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아무도 탓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믿기 때문이다.
아침 11시 반, 점심
근처에서 일하는 개발자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는다. 개발자를 꿈꾸던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던 친구라 이야기가 참 잘 통한다. 밥을 먹으면서 기술 이야기를 해도 체하지 않는다. 가끔씩 친구가 던지는 너드 개그도 이젠 잘 받아친다. 이런 내 스스로가 뿌듯하다.
오후 1시, 풀 집중
아침에 팀원들과 공유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 작업을 진행한다. 우선, 내가 잡고 있는 이슈를 마무리한다. 내가 작업 중인 부분은 아직 인터넷에 자료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모니터 하나에 공식문서를 띄워놓고 작업을 한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건 정말 짜릿하다. 내가 겪은 문제를 잘 정리해서 내 블로그에 공유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재미있다.
내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1,000명 가까이 된다. 신입 때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던 습관이 모여 어느새 파워블로거가 되어 있다. 그래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려면 꼼꼼히 공부를 해야 한다. 다행히 어젯밤에 공식문서를 읽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 덕분에 문제는 금방 해결했다. 간략하게 정리해둔 후에 바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머리가 안 돌아가면 팀 코드리뷰도 틈틈이 한다.
오후 4시, 잡담
할 일을 모두 끝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온 친구들이 몇몇 보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기술적인 이슈도 공유한다. 회사 공용 공간에 있는 커다란 소파에 모여 앉아 편안하게 대화한다. 30분 간 대화를 마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일을 한다.
오후 6시, 저녁
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우리 팀원들은 어딘가 유쾌하다.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개발할 땐 진지하다. 그래서 팀 성과도 잘 나오고, 팀 내 발생하는 장애도 적다. 다들 개발에 대한 열정도 큰 사람들이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극이 참 많이 된다.
오후 7시, 마무리
다시 회사로 돌아와 아까 정리해 둔 글을 다듬어 블로그에 올린다. 그리고 주말에 있을 세미나 준비를 시작한다. 요즘 외부 세미나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다니곤 한다. 세미나에 가보면 아직 어린 꼬꼬마 대학생부터 주니어, 시니어 개발자 등등 다양한 사람이 있다. 누가 앉아 있든 나의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일은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주말에도 이렇게 세미나를 들으러 오는 그들의 열정에 자극을 받아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게 된다.
오후 10시, 퇴근
퇴근도 역시 자전거를 타고 한다. 집에 가기 전에 자전거를 잠시 한강 공원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조깅을 시작한다. 바쁜 현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좋다.
새벽 1시, 모두가 잠든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토이 프로젝트 유지보수 작업을 시작한다. 어릴 적에 만난 도원결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최근 사용자가 꽤 몰리고 있어 개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프로그래머로서의 나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