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최종 팀 안에 제 아이디어가 뽑힌 날, 눈앞이 깜깜했어요. 머릿속엔 "망했다, 튈까...? 아니지 그건 아니지.. 그럼 갈아엎을까?"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뽑아준 크루들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막막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아이디어가 뽑힐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냈던 기획서라 가볍게 떨어질 줄 알았습니다. ㅎㅎ 그리고 곧바로 첫 번째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제가 시작한 기획인만큼 잘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잘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완성도 높은 코드, 사용성 좋은 서비스, 끈끈한 팀워크, 기술적인 배움 등 여러가지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팀이 결성된 초반에 혼자 너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곧 부담이 될 찰나였어요.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볼게요.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에는 팀 프로젝트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왔어요. 대학교, 동아리 등 여러 팀 활동에서 제가 혼자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팀플이 끝나고 나면 결과물은 마음에 들지 몰라도, 팀원들과 친해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다신 보지 말자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어쩌면 저의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테코라는 기회에서는 이를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장 없애기 였어요. 어느샌가 팀원들 모두가 저에게 팀장이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제가 부끄러워 하니까 장난치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모두가 팀장인 팀을 원했습니다. 여기서 팀장이란,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닙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팀에 참여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제대로 성공했습니다.
우리 팀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달라요. 오구는 인프라 쪽에 관심이 많고, 우는 프론트엔드에 흥미를 느낍니다. 예지니어스는 처음 접하는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코드를 만들어내고, 레베카는 모든 예외상황까지 처리해 꼼꼼하게 코딩할 줄 알아요. 그래서 협업할 때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서로 몰랐던 것에 대한 공유도 활발하고, 서로의 장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팀을 만나고 팀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변했어요. 마냥 힘들다고 느껴졌던 것이 이제는 함께 으쌰으쌰하며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동안 제 멋대로 다른 사람들을 재단하고 있었나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희 팀의 가장 큰 특징이자 ⭐️팀워크 효자상품⭐️입니다. 매일 데일리 회의 시간에 돌아가면서 아무 말을 하는 것인데요.
처음부터 아무 말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문화는 팀원들의 그날그날 상태를 이야기하는 오늘 컨디션은? 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 팀원들과 팀 프로젝트 전까지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단 한 명도 페어를 해 본 적 없었고, 밥도 같이 먹었던 적이 손에 꼽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취지로 오늘 컨디션은? 이라는 주제로 데일리 회의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매번 이런 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고, 폐지하려던 와중 브라운이 불씨를 살려주셨어요.
컨디션 이야기하는게 진부하면 정말 아무말이나 해보세요.
그래서 그 시간동안 정말 아무말을 합니다.
오늘: "나 오늘 당근마켓에 이거 팔려고 올려놨다?"
다음 날: "근데 잘 안팔려. 가격을 낮출까봐..."
그 다음 날: "팔렸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팀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도 합니다. 놀랍게도 생산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팀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점점 포비가 말했던 심리적 안정감을 통해 어떠한 의견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곧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매주 금요일에 있는 회고 시간에 감정 회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떤 팀에게는 감정 회고가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은, 특히 저에게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팀원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팀원들에게 제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예지니어스가 "우리 오늘은 감정 회고 할래?" 라는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각자가 팀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주제로 2시간동안 감정 회고를 진행했습니다. 마침 코로나 이슈가 있어 루터에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게 된 상황이었어요. 함께 근처에 있는 오구의 집에 가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의 회고는 아래와 같은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자세한 내용들은 도란도란 노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날 회고에서는 팀원들에게 평생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팀원들의 장점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해보니 우리 팀에 얼마나 단단한 사람들만 모였는지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팀 프로젝트 생각을 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그만큼 제가 우리 팀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노력을 팀원들이 전부 알아주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더욱 의욕이 생겨요. 이렇게 된 데에는 팀원 5명 전원의 노력이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레벨 1, 2 때는 새로운 기술을 매번 접하며 기술적인 발전을 많이 했다면, 레벨 3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다양한 템포의 사람들과 발을 맞춰가며 협업하기 등 팀워크 스킬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낍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팀 프로젝트 시작 전 포비가 했던 말입니다.
우리 팀은 각자의 속도대로 함께 가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팀 속에서 팀원들과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알려준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남은 일주일도 함께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